성공은 충분히 눈앞에 있다.
위의 제목은 2006학년도 외국어 지문 중에 나온 구절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직전까지도 고치 속에서 싸여 있다는 말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름다운 나비로 황홀한 햇빛을 보기 직전까지도 철저한 암흑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에 싸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재수를 경험했던 우리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생각했었습니다. 이중에서 ‘충분히 가까이(soon enough)' 의 표현이 가슴속에 다가옵니다. 혹시나 우리들이 이와 같은 충분한 시기에 포기하든지 좌절에 빠져있지 않았나요?
저는 재수에 성공한 경험을 여러분에게 얘기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이나 실패했던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95년도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서 6년, 현대산업개발에서 2년 근무후 인사총무팀 과장으로 퇴직하고 수능공부를 다시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가장이 생계를 걸고 불확실한 도전을 한다는 것은 피상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위험한 선택입니다.
연속된 3년의 실패 속에서 아들도 태어나 이제는 한아기의 아빠가 되었고 지난해에는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셔 야간자습중에 갑자기 연락받고 차가운 아버지를 만져본 일도 겪었습니다.
지금돌이켜 보니 지난날의 기억은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이 많습니다.
이때마다 제게 힘을 주었던 한마디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인 XXX가 성공의 요인이 뭐냐는 질문에 한 답이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비결은 성공할 때까지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위의 애벌레의 일화와도 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재수라는 힘든 선택을 할지모르는 후배 중에서도 저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또 몇 번의 실패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후배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힘이 들 때면 성공이 눈앞에 있다는 말을 새기면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라는 응원을 하며 재수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조언을 몇 가지 드릴까합니다.
대입재수생활을 분석해보니 크게 생활적인 면과 학문적인 면이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 두가지 측면을 아우르는 지침은 "단순화" 입니다.
고수는 자기의 검외에는 잡기술을 쓰지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수로 내려올수록 복잡하고 특수한 무기를 찾으려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생활을 단순화하라는 것은 16시간동안 공부만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주어진 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라가기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모두알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수학시간에 국어공부하고, 수업시간에 자습하는 등 역행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흐름에 역행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합니다.
저는 종합반 학원생활을 큰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대입종합반은 그동안의 know how를 가지고 목적지까지 천천히 항해하는 배와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위에서만 열심히 자리를 지키면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듯합니다.
저도 재작년에는 2학기때 학원을 그만두고 자습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 학원에서는 아침8시에 매일 언어와 듣기방송을 청취했습니다.
매일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카세트플레이어나 PMP등으로 힘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방송 나오는 대로 듣고 채점하면 힘이 덜 듭니다.
실제 저는 수능영어 듣기 17번을 잘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감이오는 대로 찍은 것이 맞았습니다.
무슨 과목이든 매일 조금씩 하지 않으면 감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상위권에서는 듣기하나가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매주 치렀던 주초고사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4회의 주초고사와 1회의 대외 모의고사 정도로도 시험의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는 충분하였으며 오답노트조차도 학원에서 관리해주니 학원프로그램내에서는 따로 힘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두 번째 생활을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저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부를 하도록 노력했으며, 같은 시간에 귀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침시간도 일정해야 합니다.
심지어 필기구조차 삼색 볼펜 하나와 샤프펜슬 하나만 가져다니면서 단순화시키려 노력했습니다.
단순함은 실제로 큰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단순화를 위해 많은 교재를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교재를 쌓아두면 하지 못한 양이 스스로를 억압하게 됩니다.
공부는 되지 않고 걱정하며 공부 방법만을 찾는 경우가 생깁니다.
영어선생님의 조언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책상위에 책을 쌓아 놓지 않는다" 는 것입니다.
매우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조차도 일 년을 지내고 보면 제대로 공부했던 책은 몇 권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다독을 한 것은 자기의 지식이 되지 않습니다.
국, 영, 수 의 기본서만 3독하는 데도 일 년이 걸리지요.
"다독보다는 정독" 은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강조했던 팁이었습니다.
열권의 책보다는 한 가지 책을 열번 읽는 것이 힘을 발휘합니다.
맹자에 "不盈科不進[불영과부진]"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앞에 놓인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다는 말입니다.
실제 뜻은 좀 다르지만 재수를 경험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채워야할 부분을 다 채우지 않고는 성적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될 듯합니다.
혹시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자기의 빈곳을 채우는 중이라 믿고 선선히 나아가기 바랍니다.
물난리에 젖은 책을 모두 새 책으로 바꾸어 주시고, 장학금으로 공부기회를 주신 원장님과 선생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7년 1월 말 신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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